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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기

스타베팅 이용후기

작성자
라일락
작성일
2023.08.08
조회
28
솔제레온 제국, 그위시온 교의 붕괴는 눈 깜빡할 새에 이루어졌다. 대학살이 이뤄진 신전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국에서 우후죽순으로 모습을 드러낸 헤벤교의 기적은 단숨에 헤벤교를 신교로 추켜세웠다. 구교가 된 그위시온교의 미드-안델 참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잊히고 말았다.

스타베팅 추모의 눈물과 걸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어야 할 미드-안델은 황폐하기 그지없었고, 찬란했던 신전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그 앞에서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위시온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니, 더는 고통스럽지 않을 그곳에서 안락한 안식을 취하기를.”

북부를 통칭하는 안델의 한 가운데인 만큼 이곳은 그 어느 때에도 눈이 그치지 않았다. 기도하는 남자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입김이 새어 나왔다. 미처 눈물이 되지 못한 그 입김은 꼭 슬픔을 응축해 놓은 것 같아서 보는 이가 다 죄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 남자의 어깨 위로 두꺼운 망토가 떨어졌다.

“이만 갈까요.”

유리시엔이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데도 우산 하나 쓰지 않은 유리시엔이 무릎을 꿇고 멍하니 신전만 바라보는 벤야민에게 거듭 말을 건넸다.

“하늘이 더 흐려졌어요. 곧 눈보라가 몰아칠지도 몰라요.”

“눈보라…….”

탁한 한숨을 내쉰 벤야민이 쓴웃음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눈보라로 이 제국에 드리운 암운을 쓸어 버리고 싶단 생각이 읽히는 녹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통해 보였다.

“전하의 탓이 아니에요.”

유리시엔이 손을 뻗어 벤야민의 뺨을 쓰다듬었다. 벤야민이 눈을 감고 유리시엔의 손에 얼굴을 묻었다. 덜그럭거리는 안경다리가 시리도록 차가웠다. 유리시엔은 그게 마치 벤야민의 얼어붙은 마음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좀 더……. 좀 더 강경하게 말했더라면.”

신전에서 일어난 참사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개죽음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자책하는 벤야민을 몇 번이나 보는 건 유리시엔에게도 힘든 일일 테다. 그것을 알아, 벤야민은 말끝을 흐렸다.

“아니, 다 부질없는 가정이지.”

게다가 지금은 오롯하게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비록 그에게 있어서 신전은 또 다른 부모이자 보금자리였다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졌고, 적은 뚜렷하다. 그가 슬퍼서 지쳐 헐떡이는 순간에도 그레타는 또 다른 마수를 뻗을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다. 그게 대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만큼은 꼭 막아야만 했다.

“돌아갈까, 이렇게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한 번 더 설득해봤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를 마지막으로 되새긴 후 벤야민은 유리시엔과 자리를 떴다.

마차 안에서, 벤야민은 미첼이 건네준 서류를 읽으며 유리시엔에게 바로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건 지금 ‘귀환’한 듯 보이는 이들이 사실은 언데드라고 밝히는 거야.”

헤벤교가 전도를 할 때 내세운 것이 바로 소중한 사람의 ‘귀환’이었다. 한 번 잃었던 이들과 재회한 사람들은 그 기적을 떠받들며 순식간에 헤벤교에 젖어 들었다. 기꺼이 거짓 환상에 빠진 것이다. 그들을 구출해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마땅한 방도가 없어요. 강압적으로 나가다간 반발이 아주 거셀 거예요.”

언데드를 해치우는 것은 까다롭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그들은 아델과 켄달리를 해치운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귀환’이란 기적을 맞닥뜨려 소중한 사람을 다시 한번 품에 안은 이들에게 두 번째 이별을 선사하는 것이다. 간신히 만난 이들을 잃게 된다는 것, 그것도 처참히 ‘살해해야’ 한다는 것.